1. 영화정보
장르 : 드라마
감독 : 김도영
원작 작가 : 조남주
캐스팅 : 정유미, 공유
개봉일 : 2019년 10월 23일
상영시간 : 118분
1982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 아내, 동료, 엄마로 살아온 주인공 '김지영'씨는 어느 날부터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성들의 희생과 숨겨진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됩니다.
2.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여성차별
작가는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당연시되었던 남아선호사상, 여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냅니다. 한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여성은 어려서는 한 남자의 딸로, 커서는 한 남자의 아내로, 늙어서는 한 남자의 어머니로 살아야 함을 강요받아왔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지영은 언니가 있고, 남자 동생이 있습니다. 원래 지영과 남자 동생 사이에 여자 동생이 태어났어야 했지만 성별이 여자라는 이유로 낙태되었습니다. 이것은 1980~1990년대 한국의 남아선호사상이 일으킨 시대적 비극입니다. 당시 성별이 여자이면 낙태를 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현재 법적으로 의료기관에서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 밥을 푸는 순서도 따로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아빠, 두 번째로 아들, 세 번째로 할머니 밥을 푸는 지영이의 엄마. 우리는 어릴 때 왜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지영은 초등학생 시절 짝꿍인 남자 학생과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선생님에게 혼이 났습니다. 남자 학생의 잘못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지영이부터 혼을 냈습니다. 지영이 여자 학생이기 때문일까요? 결국 지영의 잘못이 아니란 것이 밝혀졌지만 선생님은 남학생이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가스라이팅을 합니다. 지영은 남자 학생에게 상처받고, 선생님에게는 2차 가해를 받았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남자 학생들은 1번부터 20번이었고 여자 학생들은 21번부터 40번이었습니다. 급식 배식은 번호순이었는데, 이는 항상 남자 학생들이 먼저 배식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화에서는 학생들이 항의를 하자 고쳐지는 모습입니다. 책과 영화를 통해 실제 학생 때의 기억이 살아나면서 맞장구를 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맞다, 왜 남자 학생들이 항상 1번부터 20번이었을까? 왜 여자 학생들은 번호가 남학생들 뒤였을까?
지영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대중교통에서는 성추행을 당하며 남자에 대한 공포심이 생깁니다. 아버지는 가해자들의 타깃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지영이 잘못 체신 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지영을 혼냅니다. 우리는 흔히 어릴 때 들었던 말들이 있습니다. "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니까 성추행을 당하지 "라는 어른들의 말을 안 들어본 여자가 있을까요? 여자가 맨살 드러내지 않고 조신하게 있었으면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2차 가해를 하곤 했습니다. 현대사회의 시선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첫 번째 손님으로 여자 손님은 재수 없어서 안 태운다는 택시 기사의 말에 승차 거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여자는 조금 일하다가 임신하고 휴직을 내기 때문에 쓸모없는 부품 취급을 당하며, 남자가 더 취업과 승진에 유리했습니다. 지영은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부장님의 성추행도 만연했습니다.
지영은 일을 잘하던 여성이었습니다. 출산 후 퇴사를 하면서 경력이 단절이 되었고 힘든 육아 가운데 겨우 세상 밖으로 나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울고 보채는 아이 때문에 커피를 바닥에 쏟게 됩니다. 이때 듣게 된 소리는 "맘충".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아이만을 위하고 남한테 피해를 끼친다는 뜻의 '맘충'은 이제 의미가 퇴색되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모든 어머니에게 붙여진 별명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그런 어머니의 손에 자라온 어른들일 텐데 왜 자신의 어머니에게 '맘충'이라는 말을 붙이는 몰상식한 어른들이 생겨나는 걸까요? 지나가던 직장인은 지영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커피나 마시는 '맘충'이라 욕합니다.
3. 감상평
한국에서 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요? 왜 여자들은 공감하고 동감하면서 남자들은 이 책이 말이 안 되는 '소설'이라고 욕을 할까요? 너무 억지다, 너무 과장되었다고 말하는 남자들은 특혜를 받는 입장이어서 체감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요? 여자로서 읽게 된 김지영의 소설은 지영이 너무 불쌍하고, 나의 어머니가 할머니가 그리고 내가 너무 불쌍해져 눈물이 났습니다. 요즘 세대가 육아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한국이 저출산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를 사회적으로 대견스러워해 주고 자부심을 심어주어야 힘든 마음에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맘충'이라 욕하지 않고 말입니다. 현재 영화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성차별은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김지영이란 인물은 바로 내 옆에, 우리 주위에 존재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볼만한 한국 공포 영화 '검은 사제들' (0) | 2023.02.26 |
---|---|
크리스마스엔 이 영화와 함께 '러브 액츄얼리' (0) | 2023.02.25 |
'캐치 미 이프 유 캔' - 쫓고 쫓기는 대결 (0) | 2023.02.23 |
슈퍼히어로의 갱생스토리 '핸콕' (0) | 2023.02.22 |
칸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 '다음 소희' (0) | 2023.02.21 |